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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김민영-양민정 감독 ③

기사승인 2024.10.11  14: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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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란의 음악화와 죽음의 재해석, 이후 공연 더욱 다양화될 것”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이제 5장 ‘고요의 불가능’을 얘기해 볼게요. 가장 카리스마가 넘쳤던 무대, 사람들을 착란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그 장이네요.

김민영: ‘착란의 도가니’라고 말씀을 잘 해주셨는데요. 말 그대로 ‘착란의 도가니’를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할당된 시간이 15분 정도로 배분되어 있었는데, 다른 장보다 배분이 커서 1곡으로 갈까, 2곡으로 갈까 고민했죠. 그러다가 어떤 과정을 보여주자는 얘기 끝에 4곡을 하게 됐어요.

그럼 4개의 파트를 어떻게 나누셨나요.

김민영: 파트 1은 정신없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 초조하고 불안하고 긴장감 있지만 어떻게든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렸어요. 그리고 파트 2는 약물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우리가 약물을 증오하기도 하고, 숭배하기도 하잖아요. 아플 때 약을 먹고 너무 금방 편해졌다고 느끼면서도, 약물 때문에 부작용을 겪으면서 싫어하기도 하죠. 약에 의존하는 내 모습을 싫어하기도 하고요.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우리가 그냥 화학물질이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기서 제가 방울을 흔들면서 “케미컬”을 외쳐요. 무덤덤하게. 일종의 주문 같은 거였어요. 

양민정: 5장의 파트 3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창작 과정이 있죠. 민영님이 무대에서 몽환적인 느낌으로 부르는 대목이거든요.

김민영: 민정님이 제게 준 파트 3 키워드가 ‘몽환’이었어요. 약물을 겪으면서 그것에 도취되어서 노래하는 느낌을 ‘밝은 몽환’으로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저에게 몽환은 어두운 느낌이라서 의견이 달랐던 거죠. 강대운 작가님한테도 물었지만, 또 다른 얘기를 하시고. 다 몽환에 대한 각자의 색채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였던 게 그럼 진짜 다 섞어서 완전 그냥 신비롭게 가보자, 하게 된 거죠. 

다 해답이 있네요. 마지막 파트 4는요?

김민영: 파트 4는 순환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이 모든 과정이 계속 반복되고 어쩔 수 없는 굴레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드리’라는 전통음악을 떠올렸어요. 계속 돌고 돈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착안해 와서 비슷한 음계와 박자를 가지고 제가 그 부분을 덤덤하게 불렀어요. 일부러 순환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관객을 바라보고 노래했던 기억이 나요. 

마지막 6장은 ‘휴식의 불가능’인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고, 위로가 됐던 장이었습니다. 부제인 ‘해현가(解弦歌)’는 어떤 뜻인가요. 

김민영: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요. 거기서 ‘해현’의 뜻을 가져온 건데요. ‘해현경장’은 원래 거문고의 느슨해진 줄을 묶어서 다시 팽팽하게 한다는 뜻이에요. 줄을 고쳐 매고 다시 초심을 찾자는 의미로 사용해요.

양민정: 6장의 키워드가 ‘죽음’인데, 어쨌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잖아요. 6장을 통해서 죽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해보자는 대화들이 계속 오갔던 거 같아요. 굉장히 가볍고, 휴식과 한끝 차이인 것 같은 죽음을 그려보자.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죽음을 풀어내는 장이기에, ‘연도여자상여소리’에서 가사를 차용하신 거군요.

양민정: 네. 어느 날 민영님이 어떤 연극을 보고 왔는데, 하늘에서 까만 잿가루 같은 게 떨어지는 장면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던 거에요. 그래서 우리도 죽음과 어울리는 숭고한 느낌을 그렇게 연출해보자 했고, 우리는 하얀색 컨페티가 날리는 걸로 결정한 거죠. 상여를 보면 뭔가 꽃가루가 날리는 느낌이 있고, 하얀 뭔가가 휘날리는 이미지도 있어서요. 

김민영: 전통적으로도 죽음을 흰색으로 표현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흰색 상복을 입었었고, 상여에 달린 꽃 색깔도 흰색이고.

양민정: 그래서 상여에 대해 찾아보고 하다가, 평범한 상여가 아니라 좀 더 다른 표현방법이 없을까 할 때 ‘연도여자상여소리’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여자들만 부르는 노래였어요. 남자들이 다 뱃일하러 떠나서 상여도 여자들이 지고, 노래도 여자들만 부른 거죠. 떠나보낸 사람이 있는 와중에 이걸 해내야만 하는 어떤 삶의 굴레가 느껴졌어요. 무대에 서는 셋이 모두 여자이고, 저희가 여성 서사를 좋아하기도 하니까 그런 게 마침 잘 맞았죠. 특유의 리듬감이나 가사의 상징적인 몇 마디 정도를 따와서 만들었습니다. 

음악적으로 6장의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김민영: 6장의 음악은 레퀴엠 같은 곡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상여소리 같은 죽음에 관한 노래가 있죠. 그런 전통의 음계들, 구조들을 갖고 와서 되게 화성학적인 곡을 만들었고, 제가 정가 창법으로 노래를 쌓아서 올렸는데요. 음계 구조는 전통적이지만 쌓아 올리는 방식은 해외의 성가적인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곡 후반부에 스트링들이 이어지고 고조를 맞이하면서 끝나는데요. 우리만의 레퀴엠을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고,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6장은 굉장히 표현하고 싶은 그림이 명확했기에 곡은 수월하게 작업을 했어요. 다만, 안무연습이 너무 힘들었죠.

양민정:  처음엔 안무에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갔으면 좋았겠다 싶어서 안무가님께 요청해서 한국적인 춤사위를 넣었었는데요. 저희가 그게 구현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사뿐사뿐 걷는 ‘굴신’이라는 보법이 있는데, 안무가님과 그런 연습도 하고 어렵지만 재미있었어요. 

김민영: 저도 안무를 제일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결국은 안무가님이 저희의 레벨을 잘 맞춰주셨고요.

양민정: 고통을 씻어내 주고 안 좋은 것들을 털어주는 안무를 짜고, 중간에는 달 아래에서 춤을 추듯이 죽음과 생애의 위로의 춤을 추었죠. 마지막에는 그것들로부터 편안해지면서 서로의 몸을 겹쳐서 하나의 무덤처럼 보이게 끌어안았어요. 따뜻하고 포근한 풍경을 마지막으로. 죽음이 아니라 숨을 쉬는 것으로 끝내니까, 안무 안에서 죽음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넣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저랑 같이 공연을 봤던 지인이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봤을 때, 6장의 춤추는 세 여인이 ‘맥베스’에 나오는 세 마녀들처럼 보여서 흥미로웠다고 했어요. 우리 전통 설화나 신화에서도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존재들이 있고요. 세 분이 약간 그 언저리, 경계에 있는 무녀들처럼 보였어요. 

양민정: 맞아요. 그래서 저희 의상도 약간 무녀스러운 느낌의 의상이었어요. 

김민영: 이건 6장의 에피소드인데, 컨페티 색깔을 흰색으로 하느냐 검은색으로 하느냐로 정말 오래 싸웠어요. 이촌 한강공원에 가서 해가 질 때까지. 거기서 둘이 미친 듯이 얘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다 쳐다보는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네요.(웃음)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김민영: 저희가 10월 중순에 홍콩으로 갑니다. 경기문화재단 국제교류프로그램으로 이번에 홍콩에서 공연박람회(엑스포)가 크게 열리는데요. 저희 작품이 선정돼서 거기서 프로모션 열심히 하고, 해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양민정: 이 작품은 다른 나라에서 공연했을 때 그 나라의 요소를 접목하고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요. 예를 들어 6장의 경우 한국의 상여에서 모티프를 따왔듯이, 다른 나라에도 고유의 죽음에 대한 어떤 마이너한 문화가 있을 테니까요. 그런 걸 따와서 가사나 춤사위에 녹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3장에 나오는 가사나 내레이션도 지금은 불어 버전이 있는데, 다국적 요소를 더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테네리페에서 오신 강 작가님과도 테네리페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좀 만들어보자고 추진하고 있고, 이런 한국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것을 접목한 것들을 좋아하는 유럽의 국가에서도 시연을 해보고 싶어요.

김민영: ‘여섯 개의 불가능’은 각 장이 매우 함축적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내용을 꾹꾹 눌러서 만든 공연이죠. 그래서 하나씩을 확장해서 또 다른 공연을 만들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양민정: 저한테 이 공연에 대해 인상적인 피드백은 “공연인데 되게 전시 같다.”는 이야기였어요. 저희한테는 그 평가가 다원공연으로써 성취해낸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제로 이 공연이 담고 있는 요소나 메시지들이 전시 형태로 풀려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요.

해외에서의 반응이 기대가 되네요. 우리 전통음악을 아무 편견 없이 더 새롭게 듣고 열광하지 않을까요.

양민정: 저도 예전엔 국악이 고루하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민영님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지금은 국악의 아름다움을 잘 알게 됐어요. 오히려 더 전통적인 색깔을 보여주는 게 신선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요. 그런데 민영님은 그 틀에서도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어 하니까 다양한 스펙트럼을 오가면서 변증법적으로 진화하는 것 같아요. 지금 ‘여섯 개의 불가능’은 굉장히 국악적인 것도 아닌 것도 적절히 섞여 있고, 그 밸런스가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진_김혜림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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