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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김민영-양민정 감독 ②

기사승인 2024.10.11  14: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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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무가와의 만남, 아트 무비 제작기와 ‘실어증’의 무대화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2장은 그림자의 노래라는 부제가 있었고, 안무가님의 안무가 굉장히 눈에 띄는 장인데요. 안무가님은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김민영: 99아트컴퍼티의 장혜림 안무가의 소개로 거기에서 멤버로 활약 중이신 이고운 안무가님을 만나게 됐어요. 제가 키가 작은 편이라, 같이 무대에 서는 분의 키 조합을 생각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저희의 키와 외모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셨어요. 외모 조합도 고려해 주시겠다고요. 최근에 저희랑 이고운 안무가님과 셋이 찍은 사진을 다시 봤는데 키도 딱 도레미이고, 외모 합도 괜찮더라고요.(웃음)

양민정: 사실 안무가님을 섭외하자는 얘기는 초반 기획 단계에서는 고려사항이 아니었어요. 너무 한정된 예산이다 보니까. 그런데 6장에서는 무조건 우리가 다 같이 무대에 서는 그림이 필요하다는 것과, 자기가 분열되는 2장의 장면들에도 안무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어서 섭외를 하게 된 거죠. 2장에서 분열증이라는 것도 사실 모두가 갖고 있는 욕망의 이면들인데요. 나와 화해하지 못하는 나를 갖고 있잖아요. 내가 나를 통합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그게 바로 2장인 ‘모순의 불가능’의 키워드였고, 내 안에 있는 모순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2장에는 세 개의 가사가 있더라고요. 일단 하나는 이상의 ‘거울’이라는 시를 각색하신 건데, 나머지 두 개는 어떻게 붙여진 가사들인가요?

양민정: 가사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2장의 곡 구성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 곡의 구성방식이 서로 다른 두 곡을 붙여서 완성한 것이거든요.

김민영: 음악을 만들기 전에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어요. 1장은 늘 해오던 방식이라 수월하게 나왔는데, 2장은 애를 먹었어요. 가사가 있는 노래를 만드는데, 분열을 나타내야 한다는 미션이 내려온 거죠. 이걸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아예 다른 내용의 가사들을 한 곡으로 합쳐보자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원래는 두 곡이었던 거를 합친 거군요?

김민영: 앞에 제가 노래하는 파트 1도 사실 두 곡을 연결해서 만든 거고요. 파트 2로 넘어가면서 고조되고 타악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다른 가사들이 나오면서 계속 분열되는 것을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양민정: 요즘 음악이 그렇잖아요, 아이돌 노래도 그렇고요. 그런 곡의 구성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때마다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가사를 세 가지를 섞는 것도 같은 의도였습니다. 똑같은 가사를 세 명이 부르는 것도 생각해봤는데요. 아예 불협화음인 듯한 다른 가사를 만들어봤어요. 밸런스상 한가지 정도는 문학적 레퍼런스가 또렷한 것을 빌려오고 싶었고요. 

그래서 이상의 ‘거울’을 차용하신 거군요.

양민정: 네. 좀 더 익숙하게 들리고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힘이 있는 언어를 빌려오고 싶었어요. ‘다섯 점의 살과 일곱 개의 뼈’, ‘그림자 사냥’은 제가 창작한 가사입니다. ‘다섯 점의 살과 일곱 개의 뼈’는 가사의 톤도 그렇고, 민영님도 아리따운 전통 느낌의 창법으로 불렀는데요. 인간의 오욕칠정을 주제로 한 거였어요. 다섯 점의 살이 오욕, 일곱 개의 뼈가 칠정. 그것들이 인간이 가진 욕망의 발현점이니까요.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3장은 영상을 상영하셨는데요. 그 때문에 민정님은 스페인에 가게 됐는데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양민정: 저희가 다원공연이라는 걸 기획할 때 거문고와 노래, 전자음악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지만 한 장은 영상을 완전히 틀어주는 게 구성적으로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상을 찍어와서 큰 화면에 압도적으로 보여주면, 공연을 보던 사람들에게 환기도 되고 영화관에서 시청을 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 생각했죠. 그 영상의 주제를 순결의 불가능, ‘관음증’으로 잡은 이유는 영상 매체를 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관음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먹방을 보고 예능을 보고,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걸 택하기보다는 “무엇을 하는 걸 보기”를 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말씀을 듣고 있으니, 히치콕의 영화도 떠오르네요. 

양민정: 그럼요. 구상 단계에서 히치콕도 떠올렸죠. 그러다가 어떤 무해하고 순결하게 보이는 존재들이 나오는데 뭔가 알 수 없이 불편함이 느껴지고, 기묘함이 느껴지는. 이들의 행동이 마냥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데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관객이 갖게 되는 그런 내용을 만들고 싶었어요. 꿈결 속에 등장하는 듯한, 순수하고 이상적인 모습 속에 그런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나만 이렇게 보여?’ 하는 지점도 만들어주고 싶었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신화 속 두 여자의 이야기였어요.

칼리스토와 아르테미스의 신화죠. 간단히 내용 설명을 해주세요.

양민정: 주인공 칼리스토가 모든 시련을 당해요. 제우스에게 겁탈을 당하고, 자기 의지가 아니었음에도 아르테미스가 처녀의 맹세를 지키지 못했다고 쫓아내고. 뒤에 사실 아들 얘기도 있거든요. 헤라의 질투를 받은 칼리스토가 곰으로 변해 숨어 사는데 사냥꾼이 된 아들이 알아보지 못해서 아들의 손에 죽어요.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칼리스토임에도 칼리스토의 내면이나 욕망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수동적이고 피동적으로 뭔가를 당하기만 하죠. 결국 작용하는 건 제우스의 욕망과 아르테미스의 욕망, 헤라와 아들의 욕망뿐인 거에요. 주인공의 이야기는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저는 첫 번째로 칼리스토의 욕망을 상상해 보자고 생각했고, 두 번째는 이걸 그려내는 장면들이 이중적이고 환상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말씀대로 영상은 이중적인 느낌이 드는데요. 후반부 반전되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양민정: 전반부에 여자 두 명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장면도 사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해요. 칼리스토와 아르테미스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상상이 있고, 제우스가 칼리스토에게 접근했을 때 아르테미스로 변신했으니 음험한 속임의 모습일 수도 있죠. 두 가지가 하나로 보일 수 있게끔 연출했습니다. 그걸 또 관객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동성애적 코드로 해석할 수도 있는 여지도 있고요.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되는 후반부는 쫓기는 칼리스토에게 어떤 나쁜 짓을 하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고, 칼리스토의 무너진 내면과 슬픔을 표현한 것이기도 해요. 양쪽 파트가 모두 중의적인 동시에, 이 모든 것을 관객이 엿보는 듯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는 부분에서 바뀌는 음악적 요소들도 흥미로웠습니다.

김민영: 맞아요. 처음에는 아쟁이 없었는데 후반에 극적인 요소를 넣으면 좋겠다 해서 넣게 됐어요. 칼리스토가 울부짖는 듯한 느낌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요.

양민정: 영상적으로는 그 감정을 표현하기 힘들었거든요. 완성된 영상이 생각보다 좀 부드럽게 나와서 후반부에 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음악적으로 아쟁 소리를 넣게 됐습니다.

4장은 부제가 ‘혀끝에서 맴도는’이고, 실어증을 바탕으로 쓰여진 장이네요.

양민정: 네. 사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내가 쓰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그것을 말을 골라서 쓰는 순간 뭔가 표현해서 속이 시원하다기보다는 아쉬움이 있잖아요. 언어로 완벽하게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느낌. 실어증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에게는 이 또한 하나의 실어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스칼 키냐르 작가가 ‘혀끝에서 맴도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렇고요.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책 ‘혀끝에서 맴도는’은 실제로 공연에서 들고 낭독하는 소품이기도 했죠. 4장의 무대 뒷면과 바닥을 장식한 비주얼 아트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양민정: 언어들이 알 수 없는 기호들과 함께 어지럽게 떠도는 느낌으로 연출했어요. 이고운 안무가님의 춤을 따서 만든 움직임에 강대운 작가님이 좌표계처럼 숫자들을 띄워주셨는데, 그 좌표들이 찍히지 않는 붙잡히지 않는 움직임들이 있는 거죠. 사실 처음부터 강 작가님이 치밀하게 설계해서 구현하셨다기보다는, 내용을 듣고 나서 이런 식으로 해보면 좋겠다고 해서 시도하신 결과물인데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4장을 음악적으로 작업하기에는 어떠셨나요. 

김민영: 민정님께 4장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 구현하고 싶은지 의견을 많이 물었었어요. 우선 텍스트가 굉장히 많았는데, 글만 가지고 음악을 정리하기가 힘들었죠. 그래서 오히려 이런 상태 자체를 음악적으로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을 했어요. 4장에 대해 의미심장하고 기묘한 느낌이 좋았는데, 말이 잘 안 들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었거든요. 근데 사실은 그게 제가 의도한 바였어요. 처음에는 워딩이 잘 들려요. 그런데 점점 중첩되는 신호와 경고의 음들이 들리면서 목소리가 묻히는 거죠. 

네. 그래서 굉장히 미래적인 느낌도 났어요.

김민영: 실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실 박자가 있는 음악인데도 무박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구조에서 사운드들을 중첩시켰고, 민정님의 목소리가 묻혀서 점점 안 들리게 되는 것을 의도했어요. 목소리 위에 뒤틀린 음색이 더해지며 원래의 목소리를 묻어버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결국 묻히게 하죠. 그리고 맨 마지막에 나지막하게 들리는 것은 “쉼표는,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였어요. 결국에는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 들죠. 

양민정: 저한테 넣고 싶은 사운드가 뭐가 있냐고 물었을 때, 신호나 사운드 효과음을 넣고 싶다고 했어요. 인간 사회에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소리들이 있잖아요. 통화 수화음 같은, 아니면 모스부호 같은. 안내방송, 팩스 소리, 모뎀 소리 같은 것들. 온갖 인간 소통의 노력들이 소리로 구현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통의 시도와 좌절들을 사운드에 담고 싶었죠.

-인터뷰 ③에서 계속

사진_김혜림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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