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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뮤지컬 ‘데미안’ 인생은 미완성, 와닿는 지점 달라질 것

기사승인 2020.03.13  18: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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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7일부터 4월 26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

10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 ‘데미안’이 11일 오후 2시 유니플레스 2관에서 프레스콜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 이대웅과 작가 오세혁을 비롯한 전 출연진 정인지, 유승현, 전성민, 김바다, 김현진, 김주연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 및 포토타임, 질의응답에 함께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헤세의 철학을 담고 있다. 고정된 배역이 없는 독특한 2인극으로 남녀 배우가 한 명씩 싱클레어 또는 데미안을 맡는다. 한 배우가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전부 무대에 끌어내어, 선과 악, 음과 등 다양한 특성이 끊임없이 격동하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취지다. 연출 이대웅은 “헤르만 헤세가 이 작품을 쓸 때 융의 영향을 받아 쓴 부분을 찾아봤다. 한 자아 안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동시에 있다고 한다. 남녀 캐스팅은 캐릭터 프리라고 봐주시면 어떨까.”라고 전했다.

이어 작가 오세혁은 “소설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이야기라 시기마다 와닿는 이야기가 다르다. 3년 전에 다시 읽으면서 피스토리우스가 와닿더라. 스승이지만 싱클레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는 존재다. 인생은 미완성이기 때문에 완성되기까지 계속 와닿는 지점은 달라질 것.”이라며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는 원작의 힘을 강조했다.

또한, 작가 오세혁은 협업으로 인한 장점에 대해 “이대웅 연출은 대본을 존중하고 이미지의 미감을 잘 구현해 준다.”라고 전하며 “원작자가 추구하는 방향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했다. 데미안만큼은 연출이 아닌 작가로서 집중해서 문장이 흐트러지지 않게 집중하고 싶었다.”라고 연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에 연출 이대웅은 “오세혁 작가와 작업하면서 어떤 것도 열정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만의 시각을 따라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세상 모든 것과 마주할 수 있는 얼굴, 용기, 마음 상태라는 테마에 강하게 중점을 뒀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에 대해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겠더라. 국가와 이념, 민족 등 거대한 집단이 바라는 얼굴이 있다. 점점 자신이 몸담은 집단이 원하는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라며 “자기가 원하는 표정을 짓고 숨을 쉬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잃어버린 자기의 반쪽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털어놨다.

두 캐릭터를 모두 연기하는 배우들의 고충도 있었다. 배우 김바다는 “한 배우가 두 캐릭터를 하니 작품 완전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연습하면서 어려웠지만, 처음에는 싱클레어 입장으로 읽었고 지금은 다른 인물의 초점에서 읽어보게 됐다. 다방면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큰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또한, 배우 유승현은 “상대 역을 밀도 있게 이해 못 한 부분을 같은 논제에서 상대 입장을 느끼게 해준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연기했을 때 무엇을 얻을 것인가.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없지만, 세상에서 온전한 인간으로 나로서 세상을 잘 바라본다는 콘셉트에 맞춰 역할 바꾸기를 시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 김주연은 “유명한 책이고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시도된 작품이다. 방대한 책이라 무대에서 성장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이 많았다. 싱클레어로서 데미안을 만나면서 만들고 싶은 데미안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를 담아 말했다.

배우 정인지는 “정말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만났을까?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이기도 한 성장기인데 그것이 완성되려면 우리가 역할이 바꿔 연기해야 완전해지지 않을까.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순간이 있는데 그런 것을 살려보고 싶었다. 물리적으로는 다 외워야 하고 음역대가 바뀌고 화음을 쌓는 부분은 고충이었다.”라며 웃었다. 이어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작품에 대해 “과연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성별이 필요하고 무기가 되는 걸까. 책을 읽을 때도 성별을 지우고 읽었다. 극 속에서 표현할 때 더 표현되지 않을까.”라며 소신을 털어놨다.

배우 전성민은 “싱클레어 역에 더 마음이 갔다. 제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데미안 역을 연습할 때 과연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해볼수록 다른 모습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공연은 내 안에서 출발하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내 안에 무언가를 꺼내는 과정이었다. 저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연습했다.”라고 깊이 있던 고민을 공유했다.

배우 김현진 역시 두 캐릭터를 오가는 것에 고민이 있었다. 그는 “저에게 더 어울리는 역할, 수월한 역은 싱클레어였다. 싱클레어는 드라마 과정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깨달아나갈지에 대해 보여줄 것인가, 데미안은 무대 위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로서 싱클레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면서 드라마를 만들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소설을 함축하며 밀도 있게 구현하려고 한 부분에 대한 질문에 작가 오세혁은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 중 얼굴에 집중했다. 공포에 질렸던 얼굴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단단해지는 과정에 집중했다. 싱클레어는 단단한 돌 같은 표정인 데미안을 닮고 싶어 하고 자신이 데미안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소설은 헤세가 힘든 시절에 분석심리학자 융을 만나면서 쓴 것이다. 그는 전쟁을 반대해 독자들에게도 비난을 받아 충격을 받았다. 융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서 인간이 이어져 인류가 만들어지며 생긴 집단무의식의 개념을 듣게 된다. 상담 후 헤세는 개인이 좋은 의지로 여정을 떠나면 반드시 같은 생각의 사람을 만나고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느꼈다. 의지를 가지 자들이 만든 빛 같은 세상을 꿈꾼 것이고 어느 시대에 봐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소설에는 1차 세계대전이 마지막에 나오는데 공연은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했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데미안’은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연극 ‘보도지침’ 등의 극작을 맡았던 오세혁이 극을 쓰고, 뮤지컬 ‘광염 소나타’, ‘리틀잭’, ‘난설’ 등의 음악을 맡은 다미로가 곡을 붙였다. 뮤지컬 ‘쓰릴미’, ‘아랑가’, ‘어린 왕자’ 등의 이대웅 연출이 수장을 맡았다. 극은 3월 7일부터 4월 26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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